2016년 12월, 마케팅 인턴으로 미소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마케팅 업무만 전담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소는 작은 규모의 팀이었고, 각자 자신의 직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고객센터 응대와 클레임 처리 업무를 함께 맡는 것이 자연스러운 환경이었습니다.
마케팅 관련 업무는 대부분 오후 6시 이후에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역할이 분리되지 않아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마케터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고객과 직접 대화하면서 실시간으로 니즈와 불편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곧바로 광고 메시지나 크리에이티브에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마케팅에 연결하고, 그 결과로 유입된 고객을 다시 제가 직접 응대하면서 하나의 루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한 업무의 경계를 넘어서, 마케터로서 사용자 경험 전반을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퍼포먼스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맡게 되면서, 미소가 가진 환경의 강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채널에 대한 테스트가 자유롭게 이루어졌고, KPI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 실행과 학습이 빠른 속도로 반복될 수 있었습니다. 예산과 효율에 대한 기준도 단단히 잡혀 있었기에,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기를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사 청소, 에어컨 청소, 이사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마케팅하며, 기존에 쌓아온 인사이트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마주할 때마다 끊임없는 배움과 도전이 이어졌고, 미소에서 수요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으면서 하루하루, 매달의 시간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를 계기로 개인의 성과를 넘어 팀과 조직 전체의 목표를 중심에 두고 일하는 관점으로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수요를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
돌이켜보면, 제가 미소에 기여해 온 방식의 시작점은 '책임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소의 플라이휠이 '고객'에서 시작하듯, 저는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수요'라고 생각합니다.
수요가 있어야 고객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 그래야만 서비스 전반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훌륭한 운영 시스템이나 서비스 구조가 갖춰져 있어도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요를 직접 다루는 마케팅, 특히 퍼포먼스 마케팅은 더욱 민감한 자리였습니다.
효율이 눈에 보이는 영역이고, 성과가 숫자로 즉시 반영되기 때문에 늘 지표의 압박 속에서 일해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는 365일, 24시간 돌아가고 고객의 행동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에 평일, 주말, 공휴일을 막론하고 지표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회사 밖에서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도 광고 계정과 실적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책임감이 제가 미소에서 일하며 버티고, 성장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숫자를 살피고, 캠페인을 조정하고, 고객 경험을 돌아보며 다음 시도를 준비하는 일상이 쌓이면서, 그렇게 하나씩 미소와 함께해온 시간들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데려온 고객은, 경험도 내 책임
마케터로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 중 하나는, 내가 유입시킨 고객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끝날 때까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클릭을 유도하거나 예약을 만들었다고 해서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서비스를 받고, 그 경험에 만족할 수 있어야 진짜 마케팅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집 청소, 이사, 에어컨 청소 등 주요 서비스에서 공급이 부족해 고객이 원하는 일정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면, 누구보다 먼저 이슈를 인지하고 해결에 나서려 했습니다.
광고를 조정하거나 채널 운영을 멈추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수동 매칭을 해서라도 더 많은 고객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움직였습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실제로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케팅의 영역을 넘어서서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마케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기능이 아니라 고객 여정 전체에 영향을 주는 연결 고리라는 사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객 유입부터 예약, 매칭, 서비스 완료까지의 흐름을 통합적으로 생각할수록 더 나은 마케팅이 가능했고, 이 관점은 지금까지도 제 업무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성장이 장기적 성장을 만듭니다
미소에서 마케팅을 하며 가장 크게 바뀐 인식 중 하나는, 마케팅은 단순히 '돈을 쓰는 부서'가 아니라 '회사의 매출을 만드는 부서'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얼마를 쓸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점차 '얼마를 써서 얼마를 벌 것인가'라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이 변화는 마케팅의 전략, 실행, 커뮤니케이션 방식 전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케팅 예산을 계획하거나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더 이상 단순히 비용의 크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써야 된다"가 아니라, "이 정도를 써서, 이 정도 수요를 만들고, 이 수요가 실제 서비스 매출로 얼마만큼 연결될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추산하고 설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수요만 끌어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단계에서 서비스로 잘 이어지고 있는지, 결국 회사의 매출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끝까지 모니터링하고 트래킹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단기 성과 뿐만 아니라, 장기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건강한 수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습관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NOTE FROM VICTOR
은선님은 미소의 거의 전 역사에 걸쳐 수요 엔진을 이끌어온 핵심이었습니다.
숫자 감각은 예리하고 날카롭지만, 그 와중에도 고객에 대한 감각을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데이터와 감각 사이의 균형. 이건 정말 드문 능력입니다.
그리고 은선님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 너머의 오너십입니다.
본인의 캠페인이 너무 잘돼서 감당 못 할 정도로 수요가 몰려도,
"제 영역은 여기까지예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공급 병목까지 함께 나서서 해결하려는 사람입니다.
숫자를 이해하고,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에게 실제로 울리는 메시지를 씁니다.
은선님은 단지 뛰어난 마케터가 아닙니다.
뛰어난 빌더입니다. 무언가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사람이죠.